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현실 속 욕망을 그린 청춘영화 (돈, 류준열, 성공욕구)

by blogger32267 2025. 12. 23.
반응형

돈 포스터 사진

영화 ‘돈’은 단지 주식이나 금융 사기를 소재로 한 장르 영화가 아닙니다. 이 작품은 치열한 현실 속에서 ‘부자가 되고 싶은’ 평범한 청년이 유혹과 선택의 기로에 서는 과정을 통해, 우리 사회의 자본주의 구조와 성공이라는 환상에 대해 묻는 묵직한 드라마입니다. 류준열은 주인공 조일현 역을 맡아 순수했던 청년이 점차 물들어 가는 복잡한 내면을 섬세하게 그려내며, 관객들에게 현실과 이상의 괴리, 도덕성과 현실의 충돌에 대한 고민을 던집니다.

1. 성공을 꿈꾸는 청춘, 조일현

영화의 시작은 평범한 청년 조일현의 모습으로부터 출발합니다. 학벌은 서울대지만, 능력만으로 살아남기 어려운 금융 시장에서는 그저 신입 중 하나일 뿐입니다. 일현은 증권사에 입사해 브로커로 일하게 되지만, 실적은 없고 고객은 적으며, 상사에게 혼나는 날이 반복됩니다. 그는 매일 아침 미친 듯이 전화를 돌리며 고객을 유치하려 하지만, ‘돈’이 없는 사람에게 ‘돈을 불려주겠다’는 말은 설득력이 없습니다.

이때 등장하는 인물이 ‘번호표’(유지태 분)입니다. 일현에게 “부자가 되고 싶냐”라고 묻는 이 캐릭터는 단순한 브로커가 아니라 금융 시장의 ‘그늘’에서 움직이는 비밀 브로커입니다. 내부 정보를 미리 입수하고, 개미 투자자들의 흐름을 조작하며 막대한 이익을 취하는 구조. 그는 조일현을 끌어들이고, 일현은 그 유혹에 넘어갑니다.

이 지점이 이 영화의 핵심 메시지를 드러냅니다. 이상을 품고 사회에 진입한 청년이 어느 순간 ‘현실’과 타협하게 되는 과정, 그 시작은 대개 거창하지 않습니다. “딱 한 번만”, “이 정도는 괜찮겠지”라는 생각이 무너지기 시작하면, 어느새 자신이 누구였는지도 잊게 되는 거죠. 일현은 ‘번호표’의 조력자가 되어 주식을 조작하고, 자신의 이름으로 만든 계좌를 통해 불법 거래를 실행합니다. 하지만 성공과 욕망의 달콤함은 점차 불안과 위협으로 바뀌게 됩니다.

2. 류준열의 연기와 인물의 감정선

‘돈’에서 류준열은 영화 전체의 무게 중심을 잡는 핵심입니다. 초반의 조일현은 사회 초년생 특유의 어설픔과 긴장을 가진 인물입니다. 그는 실적이 없고, 동기들 사이에서도 눈치만 보며 살아갑니다. 하지만 '번호표'를 만나고 거래가 시작되면서 외적인 변화가 발생합니다. 고급 시계를 차고, 수트 핏이 달라지고, 자동차가 바뀌며 그는 외형적으로는 '성공한 사람'으로 탈바꿈합니다.

하지만 그 변화는 외적인 것일 뿐, 내면은 오히려 점점 혼란에 빠지게 됩니다. 이때 류준열은 눈빛과 말투, 행동 하나하나에서 일현의 갈등을 설득력 있게 보여줍니다. 처음에는 통장에 억 단위의 돈이 들어오자 당황하며 기뻐하지만, 점차 그 돈의 출처가 불법이라는 자각이 불안감을 증폭시킵니다. 급기야 금융감독원에 자신의 거래가 들킬까 전전긍긍하며, 숨 쉬기도 힘든 압박 속에 놓이게 됩니다.

특히 인상적인 장면은 경찰 조사실에서 조사를 받는 장면입니다.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척하지만, 손은 떨리고 땀을 흘리는 그의 모습은 심리적으로 몰려오는 압박감이 얼마나 강력한지를 보여줍니다. 관객 역시 그 공포에 이입하며, 마치 자신이 조일현이 된 듯한 착각을 하게 되죠.

또한 영화 후반부에서의 류준열의 내면 연기는 더욱 깊어집니다. 성공이라는 환상이 꺼져가고, 자신이 저지른 일의 대가가 눈앞에 현실로 다가오며 그는 드디어 결단의 순간을 맞이합니다. "이제 그만하자"는 말은 단지 사업을 정리하자는 말이 아니라, 그 자신이 무너뜨린 인간성의 마지막 지점을 붙잡겠다는 고백처럼 느껴집니다.

3. 자본주의의 민낯과 ‘돈’이라는 환상

영화 ‘돈’은 화려한 금융 용어나 주식 기술을 강조하기보다는, 그 이면에 감춰진 구조적인 불평등과 자본주의의 현실을 고발합니다. 주인공 조일현은 ‘시스템’에 철저히 순응하며 노력하지만, 그 자체로는 아무런 결과를 얻지 못합니다. 오히려, 윤리적 기준을 버린 순간부터 ‘성공’이라는 단어가 그의 곁에 따라붙기 시작합니다.

이는 단지 영화 속 이야기만이 아닙니다. 현실의 많은 청년들은 무한경쟁 속에서 도덕과 이상 사이에서 고민하며 살아갑니다. 열심히 노력한다고 해서 모두가 부자가 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우리는 이미 알고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영화 ‘돈’은 현실의 구조를 냉정하게 보여주는 사회적 리얼리즘 영화입니다.

'번호표'라는 캐릭터는 이 사회 시스템의 설계자를 상징합니다. 그는 직접 행동하지 않지만, 정보를 가진 자로서 시스템을 움직이고, 그 안에서 이익을 챙깁니다. 조일현은 그 시스템의 말단 기계일 뿐이며, 언제든지 버려질 수 있는 소모품입니다. 그가 받는 유혹은 단지 돈만이 아니라, "당신도 설계자가 될 수 있다"는 환상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영화의 제목 ‘돈’은 단지 화폐가 아니라, ‘욕망의 상징’입니다. 이 영화는 돈이 인간을 어떻게 바꾸고, 어떤 유혹을 만들며, 그 대가가 어떤 식으로 돌아오는지를 치밀하게 추적합니다. 그 과정에서 관객은 스스로에게 질문하게 됩니다. “나는 그 상황에서 어떻게 했을까?” “나에게도 그런 기회가 온다면?” 그리고 가장 중요한 질문은 “나는 지금, 돈과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가?”입니다.

4. 영화 속 현실, 관객이 겪는 체험

‘돈’은 단순히 이야기만 따라가는 영화가 아니라, 관객이 직접 ‘체험’하게 만드는 힘이 있습니다. 이는 감독의 연출력, 배우들의 리얼한 연기, 촘촘한 편집 덕분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우리의 현실을 그대로 반영한 설정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증권사 내부의 풍경, 아침 출근길, 실적 스트레스, 회사 내 위계 구조 등은 누구나 한 번쯤 겪어봤거나 들어본모습입니다.

특히 젊은 세대의 시선에서 보면 이 영화는 자전적인 이야기처럼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대학을 나와도 제대로 된 일자리를 구하기 어렵고, 치열한 경쟁에서 버티지 못하면 도태되는 현실. 그 속에서 누군가는 도덕을 지키고, 누군가는 타협하며 살아갑니다. 영화는 그 어떤 선택도 완벽하다고 말하지 않으며, 오히려 선택 이후 감당해야 할 대가에 주목합니다.

관객은 조일현이 돈을 버는 과정에서 짜릿함을 느끼지만, 동시에 그가 무너질까 봐 불안해하고, 마지막에는 그가 선택하는 길에 함께 가슴 졸입니다. 이 감정의 흐름은 단지 캐릭터에 몰입해서가 아니라, 그가 곧 ‘우리’이기 때문입니다. 이 영화가 공감대를 크게 형성한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결론: 성공이냐 양심이냐, 당신의 선택은?

영화 ‘돈’은 청춘이 겪는 현실의 무게와 성공에 대한 환상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며, 선택의 갈림길에서 인간이 어떤 결정을 내리는지를 묻는 작품입니다. 류준열은 단순히 현실에 흔들리는 인물이 아니라, 관객의 대리인으로서 영화 속 내내 질문을 던지고, 그에 대한 감정을 이끌어냅니다.

‘돈’은 주식, 금융, 범죄, 성공 등 다양한 키워드를 아우르지만, 궁극적으로는 “나는 어떤 선택을 하며 살아갈 것인가?”라는 질문으로 귀결됩니다. 그 선택은 영화 속 주인공 조일현만의 몫이 아니며,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던지는 질문입니다.

이 영화는 눈을 즐겁게 하는 장면이나 극적인 반전을 위해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우리 안의 진짜 욕망과 마주하게 만드는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그 이야기 속에서 우리는 자신을 비추게 됩니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