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가씨〉는 박찬욱 감독의 대표작 중 하나로, 사라 워터스의 영국 소설 『핑거스미스』를 일제강점기 조선이라는 독특한 시대로 옮긴 영화입니다. 감각적인 연출과 파격적인 전개, 심오한 여성 중심 서사가 조화를 이루며 전 세계 평단의 극찬을 받았습니다. 본 리뷰에서는 이 영화의 입체적인 서사 구조, 여성 간 연대와 욕망, 그리고 반전이 반복되는 스릴러적 구성에 집중하여 분석해 보겠습니다.

세 겹의 거짓과 진실 – 아가씨의 서사 구조
〈아가씨〉의 가장 큰 특징은 바로 3부 구성의 복합 서사 구조입니다. 영화는 한 사건을 각기 다른 인물의 시점에서 반복적으로 보여주며, 관객의 이해를 점진적으로 확장시킵니다. 초반에는 순진한 아가씨를 속이려는 하녀와 사기꾼의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누가 누구를 속이고 있었는가에 대한 시점이 계속해서 뒤바뀌게 됩니다. 1부는 하녀 숙희(김태리)의 시점에서 시작되며, 백작(하정우)과 공모하여 귀족 아가씨 히데코(김민희)를 정신병원에 보내고 재산을 가로채려는 계획을 보여줍니다. 이때만 해도 숙희는 단순한 조력자로 비치며, 히데코는 순진한 희생자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2부에 들어서면서 히데코의 시점으로 전환되고, 그녀 역시 모든 계략을 알고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나며 첫 반전이 발생합니다. 이처럼 영화는 동일한 사건을 반복하지만 시점을 달리하며 관객의 기대를 배반합니다. 마지막 3부에서는 모든 관계의 이면이 드러나고, 숙희와 히데코가 서로를 이용하려다 결국 진정한 감정과 연대에 눈뜨는 결말로 이어집니다. 박찬욱 감독은 이러한 구조를 통해 단순한 트릭 이상의 의미를 전달합니다. 각 인물의 서사가 단편적인 진실만을 보여주며, 전체를 보아야만 진짜 감정과 목적이 드러난다는 점은 인간관계와 사회 구조의 복잡성을 상징합니다. 이는 관객으로 하여금 단순한 스토리 이상의 몰입과 해석을 요구하게 만드는 힘이 됩니다.
여성의 시선으로 완성된 이야기 – 아가씨 속 여성 서사
〈아가씨〉가 특별한 이유는 단순히 스릴러나 반전 때문만이 아닙니다. 이 작품은 명확하게 여성 중심의 이야기이며, 남성의 시선이 배제된 여성의 욕망, 연대, 주체성을 깊이 있게 조명한 영화입니다. 숙희와 히데코는 처음에는 서로를 속이고 이용하려는 입장이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진정한 공감과 감정의 교류가 형성됩니다. 특히 히데코는 백작과 이모부에게 수십 년 동안 학대받고, 외부 세계와 단절된 삶을 살아왔습니다. 그녀에게 숙희는 처음으로 다가온 자유와 온기였고, 숙희 역시 히데코를 통해 단순한 생존을 넘은 감정을 경험하게 됩니다. 특히 이 영화는 여성의 성적 주체성을 뚜렷하게 드러냅니다. 여성 간의 관계가 단지 사랑의 소재로 활용된 것이 아니라, 억압적인 남성 중심 세계에서 탈출하고, 스스로 선택하는 인간으로 거듭나는 서사로 그려진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받습니다. 섬세하고도 대담한 묘사, 심리적 긴장감, 그리고 에로틱한 장면 역시 단순한 자극이 아닌, 서사의 도구로 기능합니다. 또한 히데코의 과거 독서 장면은 여성의 몸과 성이 얼마나 오랫동안 남성의 쾌락을 위한 도구로 전락해 왔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이를 거부하고 도망치는 결말은 단순한 탈출이 아니라 여성의 서사가 다시 여성의 손으로 쓰이는 장면으로 읽을 수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아가씨〉는 기존의 남성 중심 범죄 스릴러와는 다른 지점을 지향하며, 여성이 타인의 시선이 아닌 자신의 욕망과 의지로 서사를 이끌어 가는 구조를 완성해 냅니다.
속고 속이는 심리게임 – 반전 스릴러의 완성
〈아가씨〉는 전통적인 범죄 영화나 멜로와는 달리, 지속적으로 반전이 반복되는 구조를 통해 심리 스릴러의 묘미를 극대화합니다. 인물 간의 대사 하나, 시선 하나에도 복선이 숨어 있어, 관객은 처음부터 끝까지 긴장을 놓을 수 없습니다. 첫 번째 반전은 숙희가 히데코를 속이려는 것으로 시작되지만, 곧 히데코가 전부 알고 있다는 점에서 충격을 줍니다. 이어서 드러나는 과거의 사건들과 감춰진 의도들은, 관객이 이야기를 다시 재구성하게 만듭니다. 즉, 영화는 장면을 되돌려보게 만드는 힘을 가집니다. 박찬욱 감독의 연출은 이러한 구조를 시각적으로도 뒷받침합니다. 카메라는 같은 공간을 다르게 보여주고, 미장센과 사운드는 감정선과 긴장감을 세밀하게 표현합니다. 예를 들어, 같은 장면도 숙희의 시점에서는 공포와 낯섦으로, 히데코의 시점에서는 연민과 계획으로 바뀝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이 모든 반전들이 단지 극적인 재미를 위한 것이 아니라 캐릭터의 성장과 선택으로 연결된다는 점입니다. 결국 숙희와 히데코는 서로를 완전히 이해하고, 스스로를 구출하며 진짜 자유를 선택합니다. 이 영화는 단순히 ‘누가 누구를 속였는가’라는 문제를 넘어서, 사회의 구조 속에서 어떻게 인간이 진짜 자아를 되찾을 수 있는가에 대한 통찰을 담고 있습니다. 그래서 〈아가씨〉는 단순한 반전 스릴러 이상의 깊이를 지닌 영화로 자리매김합니다.
〈아가씨〉는 탄탄한 서사 구조와 섬세한 심리 묘사, 그리고 무엇보다 강렬한 여성 중심 서사와 미학적 연출로 지금까지도 회자되는 작품입니다. 단순한 반전을 넘어, 관계와 자유, 여성의 주체성을 이야기하는 이 영화는 지금 다시 봐도 새로운 의미로 다가옵니다. 영화적 깊이를 즐기고 싶은 분들께 강력히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