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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로커와 2020년대 가족상 (현실, 위선, 관계)

by blogger32267 2025. 12.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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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로커 포스터 사진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영화 ‘브로커’는 한국 사회를 배경으로 혈연과 제도 밖에서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엮인 사람들의 관계를 그려냅니다. 이 영화는 전통적인 가족의 해체와 새로운 가족 형태의 가능성을 탐색하며, 2020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가족이란 무엇인지 다시 묻습니다. 본 리뷰에서는 영화 ‘브로커’가 보여주는 현대 가족의 현실, 위선, 그리고 인간관계에 대해 집중적으로 살펴보겠습니다.

새로운 가족의 형태, 그 현실을 말하다 (현실)

‘브로커’의 시작은 아이러니하게도 베이비박스 앞에 버려진 아기입니다. 버림받은 존재에서 출발하는 이 이야기는 곧 사회가 규정한 ‘정상가족’의 기준에 물음을 던집니다. 송강호가 연기한 상현과 강동원의 동수는 이 아기를 돈을 받고 입양시키려는 ‘불법 브로커’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들에게도 돌봄과 연대의 감정이 스며들기 시작합니다. 이들이 가족이 되는 방식은 사회적으로 용납될 수 없는 경로일지 몰라도, 그들 사이에서 발생하는 감정은 진심에 가깝습니다. 영화는 이를 통해 2020년대에 더 이상 혈연이나 제도만으로 정의할 수 없는 가족의 형태를 제시합니다. 부모가 있어도 외롭고, 혈연이 없어도 서로를 돌보는 관계가 충분히 가족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죠. 현실 속 많은 이들이 비슷한 경험을 하고 있습니다. 이혼, 재혼, 동거, 입양, 비혈연 공동체 등 다양한 삶의 방식 속에서 우리는 여전히 ‘가족’을 찾고 있습니다. ‘브로커’는 이 복잡하고 섬세한 감정을 담담하게 펼쳐 보이며, 관객으로 하여금 ‘정상가족’이라는 말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만듭니다.

가족이라는 이름의 모순과 위선 (위선)

영화는 가족을 이상화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가족이라는 제도 안에서 벌어지는 위선과 폭력을 정면으로 조명합니다. 아기를 유기한 엄마 소영(아이유 분)은 자신의 선택을 부끄러워하면서도, 동시에 가난과 폭력, 외면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냉철해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를 향한 도덕적 비난은 쉽지만, 영화는 관객에게 그 판단을 유보시키며 가족이라는 제도가 항상 따뜻하고 옳은 것만은 아님을 드러냅니다. 브로커 역할을 하는 상현과 동수도 위선에서 자유롭지 않습니다. 그들은 처음엔 돈을 위해 아기를 거래하려 했지만, 점차 ‘가족이 되어간다’는 환상을 갖게 됩니다. 그러나 그 선택은 철저히 도덕적 회색지대 위에 있으며, 누군가의 고통 위에서 이루어진 관계라는 점에서 완전한 정당화가 불가능합니다. 이처럼 ‘브로커’는 가족이란 이름 아래 가려진 위선을 섬세하게 드러냅니다. 특히 수사관 역의 배두나 캐릭터는 이들을 관찰하며 끊임없이 질문합니다. "가족이니까 괜찮은가?", "사랑했으니까 용서가 되는가?" 영화는 이 질문들에 답을 주지 않지만, 관객 스스로 고민하게 만들며 강한 여운을 남깁니다.

관계로 이어진 가족, 선택의 결과 (관계)

결국 ‘브로커’는 관계의 힘을 말하는 영화입니다. 태생도, 출신도, 목적도 달랐던 인물들이 ‘함께하는 시간’을 통해 하나의 유대감을 형성합니다. 이것이 영화가 말하는 가족의 본질입니다. 그것은 제도나 정의가 아니라, 지속적인 선택과 행동으로 만들어지는 관계입니다. 소영이 다시 아기를 받아들이려는 과정, 상현이 소중한 사람을 위해 위험을 감수하는 모습, 동수가 유대감을 느끼며 변화하는 감정선은 모두 ‘선택’의 결과입니다. 이 영화는 우리가 누군가의 가족이 되는 것 역시 선택이며 책임이라는 메시지를 조용하지만 깊이 있게 전달합니다. 관계로 이루어진 가족은 불완전합니다. 갈등도 있고, 실수도 있으며, 그로 인한 상처도 따릅니다. 그러나 그것을 감싸고 회복하는 과정 자체가 가족이란 관계의 진짜 의미임을 영화는 말하고자 합니다. 단순히 ‘같이 사는 사람’이 아니라, ‘함께 책임지는 사람들’이 가족이 되는 것이지요.

‘브로커’는 단순한 감동 드라마가 아닙니다. 그것은 우리 시대 가족에 대한 깊은 성찰을 담은 작품입니다. 혈연보다 깊은 유대, 제도보다 진실한 감정, 위선 속에서도 피어나는 관계의 힘을 그리며,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2020년대 가족의 본질을 섬세하게 포착합니다. 브로커가 건네는 질문은 오늘날 우리 모두에게도 여전히 유효합니다. "당신에게 가족이란 무엇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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